기차를 타고 앉았다. 목적지는 제천. 청량리에서부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라 독서에 몰입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다. 펼친 책의 제목은 ‘차준영의 러시아 몽골 기차여행’이었는데, 일부러 고른 건 아니었다. 1만3000km 의 철길을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들다 보면 다양한 문화와 만나게 된다. 물을 칼로 베어낼 수 없는 것처럼 비슷한 듯 다른 문화 또한 하나의 흐름이다. 여기까지는 유럽, 여기서부터는 아시아. 인간은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며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나누고 국가 사이에 국경이란 이름의 선을 긋지만, 그런 인류를 비웃듯 문화는 국경을 넘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놓고 본다면 그리 큰 면적을 지녔다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차를 타고 달릴 때면 전개되는 풍경들이 참으로 다채롭다. 빼곡하게 들어찬 빌딩 숲을 벗어나면 비로소 나무가 제대로 된 숲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발에 치이는 게 사람이던 도시와 달리 집 한 채 달랑 놓여 있어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성에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기차보다 더 잘 제공하는 수단도 없을 것 같다. 러시아나 중국, 몽골 등은 가까운 나라에 속한다. 물론 이들 나라의 영토가 드넓을 만큼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을 일컫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단으로 가로막히지만 않는다면 굳이 바다를 통하지 않고서도 이들 나라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외려 10시간 이상을 비행기로 날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더욱 친근하게 여긴다. 여행을 떠날 때도 그런 나라들을 선호한다. 앞서 언급한 나라들을 인식할 적마다 나는 묘한 기분이 든다. 물리적 심리적 거리 간의 부조화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가 궁금해지는데, 뿌리 깊은 레드 콤플렉스 또한 무시는 못하지 싶다. 지난 역사는 우리와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다른 이를 끌어안는 일은 전쟁과 망국을 부르는 무시무시함을 낳았다. 두려움은 너무도 커서 상대를 알려 드는 시도조차도 가로막았다. 러시아 사회주의가 무너졌고, 중국 경제가 막강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여도 한 번 형성된 거리감은 쉽사리 사라지질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기차 편으로 이들 나라를 관통해 유럽 대륙을 드나드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철로는 이미 놓여 있다.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 한반도에 갇혀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언젠가 변화할 것이다. 그 언젠가는 막연한 미래여선 곤란하다. 책의 대부분은 러시아를 다루고 있었다. 세 나라 중 가장 긴 구간의 철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얼핏 지도를 보았는데 역시나 광활했다. 쉼 없이 내리 달려도 7일이 걸리는 거리라고 했다. 체제의 붕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선사했다. 그러잖아도 날이 추운데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은 술에 적잖이 의존하는 모양새였다. 오늘날 러시아 남성의 수명은 짧아도 너무 짧다. “죄다 술꾼”이라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여느 나라나 다 비슷하겠지만 러시아 또한 역사에 어둔 부분이 많았다. 그 중 우리가 가장 치를 떠는 부분은 일제강점기의 강제이주와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벌어진 유형 등이지 싶다. 강제이주는 수많은 고려인들이 겪은 일이라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조국을 잃고 엄한 곳에 겨우 정착을 한 이들에게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으로의 이주는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열차가 마냥 낭만적일 수는 없음을 이날을 상상할 때마다 난 생각한다. 체제에 반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위험하다 치부된다. 소리소문없이 죽어간 이들도 꽤 될 테니 시베리아 유형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귀족 신분을 상실하고 기약 없는 유배 생활에 들어간 이들과 그들을 따른 부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물론 험난했지만 그 과정이 또 다른 예술의 산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비단 직업적으로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들만이 이와 같은 길을 걸은 게 아니었다. 오늘날에도 러시아에는 볼 거리가 풍성하다. 우리로선 큰 맘 먹고 적잖은 금액을 지불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게 문화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달랐다. 한 나라의 품격을 오로지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측정하려 드는 오늘날이기에 러시아는 저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닌 저력은 결코 무시해선 안 되는 수준이었다. 몽골은 짐작하던 대로 초원과 사막의 연속이었다. 숱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오래 전 칭기즈칸이 호령하던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할애된 부분이 적기도 했지만 책을 통해 접한 내용은 나에게 안쓰러움을 선사했다. 사람들이 버는 금액에 비해 물가는 참으로 높았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구입한다손 치더라도 직장생활 만으로는 내 가족의 삶을 건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여전히 시장 영역 밖에 놓인 부분이 많아서 삶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무너져 인위적으로라도 재건해보려 드는 공동체가 혹 굳건하다면, 그래서 굳이 시장을 이용하고 돈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지만 책에서 만난 보따리상들의 힘겨운 삶은 이런 나의 상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너도나도 돈이 궁한 상황인 듯했다. 정부라 하여도 마찬가지여서, 살겠다며 물건을 짊어지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바빠 보였다.기차를 타고 한 여행은 2달간 지속됐다. 2달도 그러하거니와 책 한 권에 그 다양한 내용을 모두 담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호기심 충족 차원이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닿을진 모르겠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 앞일은 모른다. 꿈꾸다 보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삶이라고 믿는다.
열차길 1만 3000km를 달려간 취재기행 20여 도시의 풍물, 사랑과 열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4년 발효된 한러비자면제협정 덕분에 러시아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두나라 국민은 이제 비자 없이도 상대 국가를 60일 동안 자유로이 다녀올 수 있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 사람,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도 부쩍 늘고 있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철길 따라 형성된 도시의 역사와 풍물, 그 속에 얽힌 러시아인과 한인들의 혼이 서린 발자취를 보고 느낀대로 소개한다. 신문 지면의 제약으로 미처 싣지 못했던 내용이나 사진들, 여행 정보를 추가로 보완했다. 이 책을 시베리아-몽골횡단철도로 여행하려는 분들께 추천한다.
재판을 펴내며 / 러시아 ~ 몽골을 누벼보자
프롤로그 / 철의 실크로드 여행을 다시 꿈꾸며
여행 경로
유라시아 대동맥 시베리아횡단철도
1. 새롭게 다가온 유라시아
1세기 만에 열리는 21세기 실크로드
1. 하산·자루비노 항
개방 바람 타고 물류거점 발돋움
2. 연해주 발해國유적
대륙 향한 선인들의 혼과 기개 곳곳에
3. 연해주 고려인들
쫓겨났던 옛 삶터로 힘겨운 귀향
4. 블라디보스토크
무역·물류거점 항구로 변신 중인 군사요충지
2. 격동의 자취 망향의 땅으로
러시아동진東進의역사거슬러출발
5. 시베리아횡단철도
동서 잇는 황금노선 1세기 만에 햇빛
6. 하바롭스크의 韓人들·1
조국 찾으리라, 유적마다 담긴 격랑의 거친 숨결
7. 하바롭스크의 韓人들·2
응어리진 망향의 恨
8. 김일성부대 주둔 뱌트스코예 마을
폐허로 변한 빨치산 활동 근거지
9. 볼쇼이 우수리스크 섬
러·중 국경분쟁 마침표, 중국 귀속 후 개발‘기지개’
10. 유대인 자치주 州都, 비로비잔
황무지에 핀‘시오니즘’, 유대인 학교 인기
3. 광활한 자연, 동시베리아
혹한의 땅 달구던 종교와 사랑
11. 시베리아 삼림
늘어가는 남벌, 철길 야적장에 쌓인 중국行목재
12. 부랴트共수도, 울란우데
러시아 라마교 본산, 티베트 聖地회복 빕니다
13. 부랴트 민간신앙
서낭나무 뒤덮은‘헝겊 꽃’, 지나는 길손들 머리 숙여 기원
14. 바이칼 호
태고의 신비 머금은 무공해 청정호수
15. 이르쿠츠크
청년 장교 부인들, 귀족 신분 내던진‘사랑의 쿠데타’
4. 자본주의 실험 결실, 서시베리아
개방몸살 털고 일어서는 과학기술 두뇌 집산지
16. 크라스노야르스크
체호프가 머문‘아름다운 언덕’, 거대 중화학 도시로
17. 크라스노야르스크26
지도에도 없던 1급비밀 지하 군수도시, 핵시설물 폐쇄
18.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최대 연구단지, 아카뎀고로도크
19. 옴스크·1
시베리아의 곡창, 주식회사로 탈바꿈하는 집단농장들
20. 옴스크·2
도스토옙스키 유배지, 〈죽음의 집〉서 키운 문학魂
21. 예카테린부르크·1
황실 가족 숨진 현장에‘성인’추모 대성당, 시베리아 마지막 도시
22. 예카테린부르크·2
기계공장 우랄마쉬, 세계 정상들 줄줄이 견학
5. 우랄산자락 넘어 유럽 땅으로
펜과 열정으로 가꾼 자유 예술혼
23. 페름·1
소설 〈닥터 지바고〉의 무대, 광활한 눈밭 유리와 라라의 애절한 사랑
24. 페름·2
정보화산업 선도로 첨단 러시아 일군 우랄공업지대 중심 도시
25. 니즈니 노브고로드·1
러시아의 돈주머니, 시장경제 개혁 이끈‘빵의 황제’장 류보미르
26. 니즈니 노브고로드·2
막심 고리키의 고향, 소외계층의 아픔 문학으로 대변
27. 니즈니 노브고로드·3
러시아의 두뇌‘사하로프’유배지, 영웅의 길 버리고 반역과 고난 선택
28. 니즈니 노브고로드·4
자동차산업 70년 역사 가즈社, 밀려드는 외제차에 고전
29. 모스크바·1
수백 년 된 사원과 기념관 즐비한 옥외 박물관
30. 모스크바·2
무소유의 구도적 삶, 톨스토이의 활동 무대
31. 모스크바·3
열정의 짧은 생애, 詩人푸시킨의 고향
32. 상트페테르부르크·1
수많은 궁전과 사원 즐비한 박물관 도시
33. 상트페테르부르크·2
에르미타주국립미술관, 포화 속 목숨 걸고 지킨 문화유산 보고
34. 상트페테르부르크·3
러시아 정교회 본산지, 소비에트 붕괴로 천 년 옛 영화 되찾아
35. 상트페테르부르크·4
러시아 미술아카데미, 박물관과 손잡고 문화재 보존 복원 앞장
철도역사 한눈에, 철도박물관
6. 몽골횡단열차를 타고
초원과 사막에 켜켜이 밴 생명의 자취
36. 몽골行열차
몽골인 보따리상들로 시끌벅적
37.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민족 혼 일깨우려 애쓰는 칭기즈 칸의 후예들
38. 몽골 불교
파괴된 사찰 복구 등 문화재건 활기
39. 몽골의 한인들
몽골‘마지막 황제 주치의’이태준 선생
40. 몽골의 자연·1
드넓은 초원, 밤하늘엔 별이 흐르고
41. 몽골의 자연·2
공룡이 묻혀 있는 고비사막, 1억 년 전 생명의 신비
42. 중국行열차
몽골에서 중국으로 국경 넘으며‘열차 바퀴’갈아끼우기
43. 베이징·1
권력에 꺾인 펜 되살아나는 魂, 중국 현대문학관
44. 베이징·2
자단박물관, 화려하고 정교한 明·淸시대 황실가구 그대로
에필로그 / 광활한 시베리아, 한국의 개척손길 기다린다
아프리카의 편지
책의 주인공인 아이는 리디아 라는 여자아이에요. 큰 아이와 비슷한 또래인데요. 이 책을 소개하는 내용에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장 높은 나무에 올라 달을 만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라 라는 문구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저두 아이에게 자신만의 꿈을 키우게 해주고 싶은지라. 주인공인 리디아와 그의 동생 조 그리고 막내 동생 캐시가 부모님을 에이즈로 여의고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에요. 우리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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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명제
오쓰카 에이지 작가의 "이야기의 명제" 입니다.스토리작가와 각종 스토리 작법서로 유명한 오쓰카 에이지 작가의 스토리 작법서 중 하나입니다.오쓰카에이지 작가의 작법서를 여러권 읽어 봤지만, 이 이야기의 명제가 가장 애매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실질적인 스토리 작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더 깊은 작법할때 생각해야 될 테마 등등 실효성이 아닌 이론적 분석? 그런 느낌의 책입니다스토리 작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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