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여러 모양으로 사람을 만나곤 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지면이나 상상 속에서 만나도 직접 만난 것보다 느낌이 더 강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서 내가 장석주님을 읽은 게 바로 그것이다. 그가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점과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높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독서가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솔직함도 한몫한다. 그는 감사의 말에서 "정색을 하고 쓴 리뷰가 아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스쳐가는 비표상적 느낌과 사유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라는 대목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다는 것은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짝사랑인 셈이다. 님과는 면식이 전혀 없다. 짝사랑이면 어떻고 양사랑이면 어떤가.
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상당한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뜻일까? 표제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를 거듭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심증은 간다. 자신이 진술한 대로 일관한 기준은 없지만 일흔일곱권의 책을 정성스럽게 골라 리뷰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글의 말미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의 목록을 달아 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모두가 평범한 내용의 책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자신이 독서한 범주 내에 있는 책 중 공들여 추천하는 책이란다. 한마디로 강철처럼 탄탄한 내용의 책으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책과의 유쾌한 연애 라는 제목의 서평이다. 이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에 대한 글이다. 논평이라기보다는 감상에 가깝지만, 그가 느낀 감정은 내가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필자인 나 자신도 이 책의 감상을 소개한 적이 있기에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다. 장석주님이 쓴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는 내게 다치바나 다카시를 처음 알 게 해 준 책이다. 이것을 읽기 전에 다치바나 다카시를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 최고의 지성 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는 이제까지 사십여권의 책을 썼는데, 한 권 한 권을 쓸 때마다 참고도서로 오백여 권, 삼미터에서 사미터 정도의 높이에 달하는 참고자료를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뒤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말한다. 읽고 싶은 책을 책상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산을 점령해갔고, 산을 다 점령하고 나면 다시 서점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책을 구입해 책상에 산을 만드는 일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와 나는 몇 가지 점에서 닮았다.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는 점에서 그와 나는 하나다. 먹고사는 것과 상관없는 순수한 욕구를 가졌다는 것, 지식과 정보의 대부분을 책에서 얻는다는 게 닮았고, 책읽기의 방법도 유사하다."
내가 읽었던 당시에도 이들이 얼마나 부러운 점이었는지 모른다. 장석주님은 적어도 네 가지 점이 닮아 있지만, 나는 한 가지만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대부분을 책에서 얻는다는 점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나에게는 까마득한 이야기다. 거의 모든 책을 도서관에 의존한다. 어찌 보면 나의 슬픈 현실이다. 이것이 장석주님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다치바나 다카시와 유사한 독서가가 내가 사는 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기쁘다. 독서를 기호화해 내는 능력도 비슷하다니 더욱 놀랍다. 내가 늘 독서에의 지향점으로 삼는 부분인데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니 무척 부럽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속깊은 얘기를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 십 년 사귄 친구보다 더 구체적이고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이다. 다시는 안 만날 사람이란 게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보다 깊은 곳에 서로 사유의 공감대가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을 읽고 책의 작가를 읽은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서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서이다. 모처럼 지나가던 길에 길을 물은 사람과 밤이 새도록 이야기한 것 같다. 살다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우연히 만나 시간을 잊고 긍정적인 한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참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이 절호의 기회였다. [인상깊은구절]다치바나 다카시는 말한다. 읽고 싶은 책을 책상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산을 점령해갔고, 산을 다 점령하고 나면 다시 서점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책을 구입해 책상에 산을 만드는 일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방송인, 출판인, 편집자…… 이 모두가 바로 장석주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 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과연 무엇일까? 그 자신의 말처럼, 지금껏 그는 한시도 책과 떨어져서는 못 사는, ‘책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처럼’ 살아왔다. 때론 글을 쓰는 저자로, 때론 책을 편집하고 발행하는 출판인으로, 그리고 수많은 책들을 소개하고 비평하는 평론가나 방송인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책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
‘장석주의 책읽기 1’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적인 리뷰, 즉 ‘깊이와 진지함’라는 딱딱한 얽매임에서 벗어나 저자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맛있는 책읽기를 통해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책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옷깃을 여미고 너무 진지하게 읽지 말고, 이 책을 편하게 즐기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흔일곱 권의 책에는 생활의 다양성, 삶의 본질적 욕구, 미래에의 불안감,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장석주의 책읽기’는 이 책만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해마다 한 권씩 지속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와 함께 책의 제본 형태를 소장 가치에 중점을 둔 양장본(1,000부 한정)과, 보급판 성격이 강한 무선본으로 나누어 제작함으로써 기존 도서와의 차별성을 꾀하였다.
제1부 안
감각·쾌락·일상
붙잡을 수 없는, 혹은 붙잡아서는 안 되는|필립 들레음,
담배는 정말 숭고한 것일까?|리처드 클라인,
재즈를 좋아하세요?|무라카미 하루키,
예술은 술에 얼마나 빚지고 있을까?|알렉상드르 라크루아,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리아 코헨,
이토록 불온한 쾌락|이왕주,
침묵의 발견|막스 피카르트,
연애·결혼·가족
누군가를 사랑한다면|한스 에리히 노삭,
연애를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파비엔 카스타-로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남자, 그 브랜드 파워|디트리히 슈바니츠,
사랑, 그 얼빠짐에 관하여|안나 가발다,
결혼은 미친 짓일까?|울리히 벡·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왜 한 남자는 한 여자와만 살아야 할까?|데이비드 P.버래쉬·주디스 이브 립턴,
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최순희,
몸 - 주체
키스를 한다는 것은|앙드레 지오르당,
질병에 대한 해석의 과잉|수잔 손택,
성, 혹은 유전적 협동사업|매트 리들리,
한 페미니스트의 여정자위 예찬론|베티 도슨,
세상을 만들고, 세상을 지배하는|마틴 바인만,
피, 인류 문화 속에 깊고 넓게 배어 있는|구드룬 슈리,
제2부 바깥
여행·유목·정체성
문화적 행위로서의 걷기|레베카 솔닛,
걷기의 정신성|다비드 르 브르통,
달리면서 당신은 부처를 만났습니까?|요쉬카 피셔,
경관학의 탄생|강영조,
쓸쓸하고 유쾌한 노마드|곽재구,
전자 - 유목의 시대를 향하여|이진경,
먼 북소리에 이끌려 여행을 떠나다|무라카미 하루키,
한 마리 토끼도 못 잡은 여행서|김미진,
당신은 부르주아인가, 보헤미안인가?|데이비드 브룩스,
전라도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고종석,
사회·정치·문화·전쟁
유혹하거나 유혹당하거나|로버트 그린,
고통이라는 이름의 가면 벗기기|아서 클라인만·비나 다스 외,
정치와 지식인|마크 릴라,
전쟁, 혹은 광기와 맹목의|빅터 데이비드 핸슨,
건축·장소들
장소들, 허구와 실제가 몸 섞는|박철수,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전광식,
가우디,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하이스 반 헨스베르헌,
건축을 사랑하라|지오 폰티,
집도 자란다|임형남,
제3부 너머
미래·생태·환경·식물들
미래를 내다보는 들창|자크 아탈리,
50년 뒤에 세상은 얼마나 변할까?|존 브룩만,
지구 생태계를 걱정한다면|존 라이언,
백 년 뒤에도 봄은 올까?|레이첼 카슨,
풀에게 배우다|황대권,
식물들의 욕망과 사생활|마이클 폴란,
정약전의 재발견|이태원,
책읽기
장충동 김씨를 위하여|전사섭,
책에 대한 경복|이권우,
젊은 시절을 위한 책|콜린 윌슨,
한 애서가의 짧은 연애편지|앤 패디먼,
책과의 유쾌한 연애|다치바나 다카시,
제4부 깊이
철학·지식·비평
천 개의 니체|고병권,
슬픈 열대를 넘어서서|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문학비평가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비평, 혹은 가죽이 벗겨진 소|김명인 외,
역사를 쓰다|고은,
장 그르니에를 위하여|장 그르니에,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글쓰기|스티븐 킹,
대중문화·현대예술
상상을 상상하다|김용석 외,
핑클의 정체성|박성봉,
불꽃의 삶, 프리다 칼로|바버라 뮤지카,
우리가 잊은 시인들|유종호,
현대미술에 대해 유쾌하게 떠들기|신현림,
소설들
혹시 미국의 송어낚시에 대해 아세요?|리처드 브라우티건,
검은 설탕보다 쓴 스무 살의 비망록|전경린,
살아남은 자가 쓰는 애도의 서사|함정임,
탈주의 서사|김탁환,
신화의 서사|이윤기,
진술의 힘|하일지,
낡아가며 바스라지는 삶들|하성란,
헛것을 안고 붕붕거리는 문체|하성란,
낯설고 매혹적인|배수아,
영등포시장에는 이야기들이 많다|이명랑,
불륜에 대한 한 보고|최순희,
유령작가 내세워 소설 쓰기|윌리엄 골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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